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섬진강

한석봉조 2011. 8. 4. 10:59

섬진강17-동구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  김 용택 -

 

 

추석에 내려왔다

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

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

- 차비나 혀라

   - 있어요 어머니

철 지난 옷 속에서

꼬깃꼬깃 몇푼 쥐여주는

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

차마  뒤돌아보지 못하고

고개 숙여 텅 빈 들길

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

서울길 삼등열차

동구 정자나무잎 바람에 날리는

쓸쓸한 고향마을

어머니 모습 스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

어머니 어머니 부를 아우야

찬 서리 내린 겨울 아침

손에 쩍쩍 달라붙는 철근을 일으키며

공사판 모닥불 가에 몸 돌리며 앉아 불을 쬐니

팔리지 않고 서 있던 앞산 붉은 감들이

눈에 선하다고

불길 속에 선하다고

고향마을 떠나올 때

어여가 어여가 어머니 손길이랑

눈에 선하다고

강 건너 콩동이랑

들판 나락가마니랑

누가 다 져날랐는지요 아버님

불효자식 올림이라고

불효자식 올림이라고

너는 편지를 쓸 것이다.

 

※ 섬진강 시인 김 용택님의 글입니다

이름은 많이 들었는 데 처음으로 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.

글을 읽고 올리면서 옛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