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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래기

한석봉조 2011. 7. 27. 12:00

시래기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-  도  종환  -

 

 


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

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

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

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

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

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

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

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

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

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

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

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

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

 

※ 부모가 그렇고,

할아버지, 할머니가 그런 것을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