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
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
푸릇푸릇한 저 싹도
울긋불긋한 저 꽃도
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
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
그 요리사, 솜씨 한번 신통하다. 얼어붙은 겨울 풀과 나무들에서 꽃과 싹을 찾아내다니. 그런데 이 시엔 시인이 숨겨 둔 조그만 트릭 하나가 들어 있다. 냉장고에 든 식재료들은 신선하지만 죽은 것. 하지만 자연의 냉장고엔 마르고 얼어도 죽은 건 원래 아무것도 없다. 산 것을 죽은 것으로 바꿔쳐놓고도 입 다무는 능청이라니. 그래서 만상의 배후에 선 자연신의 솜씨가, 산 것을 그저 또 불러내는 게 아니라 죽은 것을 되살려내는 부활이 되어 있음을 보고, 우리는 문득 놀란다. 시인의 솜씨도 신통하기만 하네. 하지만 그가 아무리 솜씨를 뽐내어도 요즘 봄은 봄방학만큼이나 짧기만 하다네. <이영광·시인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