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석봉조 2011. 10. 5. 15:28

 

란 꽃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 - 김 삼봉 -

 

 

꽃대 셋 경쟁하듯 세상으로 나오더니

어느새 꽃잎 여럿 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

갓 자라나 어리고 여리던 꽃잎

한 여름 지나며 지친 듯 시름 하다

고별인사 하듯 하나 둘 고개를 떨군다

 

 

시간이 갈수록 이음줄은 가늘어지고

꽃잎은 가야한다 꽃대는 가지 말라며

먼저 가신 어머니처럼 쪼글쪼글해진 손을

놓치지 않으려는 듯 놓지 않으려는 듯

꽃대는 꽃잎잡고 꽃잎은 꽃대를 꼭 잡는다

 


마지막 꽃잎, 오늘은 버틸 수 있을까 

이제나 질까 저제나 질까 밤에 질까 낮에 질까

자리를 비우기가 두려웁더니

아, 님은 갔습니다. 말없이 갔습니다

지난 밤 먼 산에 찬 서리 내렸다는 소식과 함께

 

 

핀 꽃으로 왔다가 정주고 진 꽃 되어 간 꽃잎

꽃잎간 자리에 눈물 떨구며 쓸쓸히 홀로 선 꽃대

꽃송이 피어남은 찬란했으나

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슬펐다

어머니 가실 때처럼

 


*사무실에 있는 양 란이

2011년 4월 18일 첫 번째 꽃이 피고,

5월 12일 꽃대 3개에 다섯 송이씩 15개 꽃이 피었다가,

7월 28일 꽃잎 하나 지고,

10월 5일 마지막 꽃잎이 떨어졌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