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석봉조 2010. 10. 15. 11:08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이  별

 



지루한 밤은 가고

새 아침은 밝아 온 듯 하건만

지평선에 보이는 검은 구름이

다가 오는구나

영원한 밤의 사절이

찾아 오는구나

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

이 세상 하직할 영 이별 시간이라고

값 없는 시절과 헤어짐은

아까울 것 없건만

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

달랠 길 없어

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

가나.

걸머지고 걸어 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

가나.

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

또 어떻게 하고

때는 늦었고 남은 건

마지막 순간 뿐

여한없이 최선 다 해 받들고 가자

삶을 안겨준 조국의 거룩한 뜻 되새기며

 

2008. 1. 1

황장엽

 

 

* 87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고 황 장엽씨의 시 입니다.

이 나라의 분단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.

삼가 명복을 빌며...